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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에서 까마귀가 신호등 앞에 줄을 서서 차에 호두를 깔아놓는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편집된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만큼 제가 가진 동물 지능에 대한 선입견이 좁았던 거겠지요.

인간 다음으로 똑똑한 동물을 단 하나로 꼽기 어려운 이유,

침팬지·돌고래·까마귀·문어의 실제 인지 능력을 직접 찾아보고 비교 정리했습니다.

 

침팬지 — 유전자 98%를 공유한 가장 가까운 친척

일반적으로 침팬지가 인간과 비슷하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유전자를 98% 이상 공유한다는 수치를 처음 마주했을 때는 꽤 낯선 감각이었습니다.

단순히 외모가 닮은 게 아니라, 생물학적 구조 자체가 인간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뜻이니까요.

2024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Nature Human Behaviour)에 게재된

다국적 연구팀의 보고서는 이 점을 더 명확하게 보여줬습니다.

연구팀은 침팬지가 스스로 고안하지 못한 복잡한 기술을 다른 개체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습득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습니다.

이를 사회적 학습(social learning)이라 하는데, 여기서 사회적 학습이란 직접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타 개체의 행동을 관찰해 기술을 전수받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인간 문화의 핵심 메커니즘과 사실상 같은 원리입니다(출처: Nature Human Behaviour).

여기서 더 놀라웠던 건 메타인지(metacognition)에 관한 최근 연구였습니다.

메타인지란 심리학자 존 플라벨이 1970년대에 제안한 개념으로,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수정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내가 지금 옳은 판단을 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점검하는 능력입니다.

일부 실험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자 기존 판단을 스스로 수정한 침팬지가 관찰됐는데,

이건 단순 조건반사로는 설명이 안 되는 수준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연구 결과를 처음 접하면 '설마'라는 반응이 먼저 나오는데, 실험 설계를 찾아볼수록 반박하기 어려웠습니다.

  • 도구 제작 및 사용: 나뭇가지를 다듬어 흰개미 굴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직접 도구를 만들고 활용
  • 사회적 학습: 관찰만으로 복잡한 기술을 습득, 집단 내 문화적 전수 가능
  • 메타인지: 새 증거 등장 시 기존 판단을 능동적으로 수정하는 고차원 사고 확인
요약: 침팬지는 사회적 학습과 메타인지까지 갖춘, 현재까지 종합 인지 능력이 가장 높이 평가되는 비인간 동물입니다.

 

돌고래 — 거울 속 자신을 알아보는 동물

자기 인식을 지능의 핵심 기준으로 본다면, 큰돌고래(병코돌고래)는 침팬지와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처음엔 '거울을 보고 자기 자신을 인식한다'는 게 과연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거울에 비친 상이 자신임을 이해한다는 건 '나'라는 개념, 즉 자아(self)의 존재를 전제합니다.

2001년 미국 뉴욕수족관과 에모리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거울 자아 인식(mirror self-recognition) 실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거울 자아 인식이란 거울에 비친 상이 외부 개체가 아닌 자기 자신임을 이해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연구팀은 큰돌고래 몸에 표식을 한 뒤 거울 앞에 세웠고,

일부 개체가 거울을 통해 자신의 표식을 확인하고 유심히 살피는 행동을 관찰했습니다(출처: PNAS(미국 국립과학원회보)).

이 능력은 인간과 유인원 외 동물에서는 매우 드물게 확인됩니다.

최근 일본 연구팀이 청줄청소놀래기에서 같은 능력을 발견했고, 흰돌고래(벨루가)도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파고들면서 느낀 건, '지능'이라는 개념의 기준 자체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1위 동물이 달라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자기 인식 하나만 놓고 보면 돌고래는 결코 침팬지에 밀리지 않습니다.

 
요약: 큰돌고래는 거울 자아 인식 능력을 가진 소수의 동물 중 하나로,
자기 인식 측면에서 침팬지와 동급으로 평가됩니다.

 

까마귀 — '새대가리'라는 편견을 완전히 뒤집다

'새대가리'라는 말이 있을 만큼 조류는 멍청하다는 인식이 뿌리 깊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까마귀류, 특히 큰까마귀를 조금만 찾아보면 그 편견이 빠르게 무너집니다.

2023년 발표된 연구 '까마귀는 왜 똑똑할까?

사회 지능 가설 탐구(Why are ravens smart? Exploring the social intelligence hypothesis)'에서 연구팀은

큰까마귀가 미래 계획, 문제 해결, 사회적 추론 등 복합적인 인지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수준이 일부 영장류와 맞먹을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제가 직접 다큐멘터리 영상을 찾아봤는데, 까마귀가 교통신호를 이용해 딱딱한 열매 껍질을 차에 깔아놓고

신호가 바뀌길 기다렸다가 회수하는 장면은 정말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건 즉흥적인 반응이 아니라 명백히 미래 계획을 세운 행동입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까마귀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스스로 구분하는 메타인지 능력을 보인다는

연구까지 보고됐습니다.

오랫동안 인간과 일부 영장류만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능력이라 학계에서도 논쟁이 벌어졌습니다만,

반복 실험 결과들이 쌓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반적으로 조류는 뇌 용량이 작아 고차원적 사고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연구들을 보고 나서는 그 믿음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요약: 큰까마귀는 미래 계획·사회적 추론·메타인지를 포함한 복합 인지 능력을 갖춰,
조류 가운데 단연 가장 높은 지능 평가를 받습니다.

 

문어 — 뇌가 없어도 생각하는 무척추동물

문어는 제가 가장 신기하게 생각하는 동물입니다.

척추동물도 아니고, 포유류도 아닌데 지능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게 처음엔 이해가 잘 안 됐습니다.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문어는 약 5억 개의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는데, 이 신경망의 3분의 2가 뇌가 아닌 8개의 다리에 분산되어 있습니다.

중앙집중식 뇌 대신 신체 전체가 분산 처리 방식으로 정보를 다루는 구조입니다.

기존 동물 인지 연구들은 문어가 미로를 학습하고, 잠긴 용기를 안에서 열고 탈출하며,

상황에 따라 문제 해결 전략 자체를 바꾼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제가 수족관에서 문어가 유리 너머로 관찰자를 따라 눈을 움직이는 장면을 봤을 때,

단순한 본능적 반응과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습니다.

다만, 사회적 학습이나 자기 인식 측면에서는 아직 침팬지나 돌고래만큼 충분한 증거가 쌓이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점에서 종합 순위로 보면 앞선 두 동물보다는 한 발 뒤에 놓입니다.

그렇다고 문어의 인지 능력이 열등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교 자체가 다른 진화 경로를 걸어온 생명체를 인간의 기준으로 줄 세우는 행위라는 걸,

문어를 공부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습니다.

인간이 '누가 더 똑똑한가'를 따지는 행위 자체가 이미 뿌리 깊은 인간중심주의적 사고를 전제합니다.

중앙집중식 뇌 구조를 가진 인간이 잘하는 항목들을 기준으로 모든 동물을 줄 세우는 방식은,

문어처럼 완전히 다른 신경 구조를 가진 생물의 고유한 인지 방식을 왜곡할 위험이 있습니다.

 
요약: 문어는 분산형 신경망이라는 완전히 다른 구조로 고차원적 문제 해결을 수행하는 무척추동물 최고의 지능 보유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침팬지가 인간 다음으로 가장 똑똑한 동물인가요?

A. 종합 인지 능력 측면에서는 현재까지 침팬지가 가장 높이 평가됩니다.

사회적 학습, 도구 사용, 메타인지까지 복합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기 인식에서는 돌고래, 문제 해결 창의성에서는 까마귀가 앞서는 영역도 있어,

'가장 똑똑한 동물'을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Q. 돌고래가 거울 테스트를 통과한다는 게 정말 사실인가요?

A. 네, 2001년 PNAS에 게재된 뉴욕수족관·에모리대학교 공동 연구에서 실험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반적으로 거울 자아 인식은 인간과 유인원의 전유물로 알려져 있지만, 큰돌고래는 이 능력을 공유하는

극소수 동물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는 흰돌고래(벨루가)에서도 같은 능력이 보고됐습니다.

 

Q. 까마귀가 영장류만큼 똑똑하다는 게 과학적으로 인정된 건가요?

A. 2023년 발표된 연구에서 큰까마귀의 인지 능력이 일부 영장류와 맞먹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메타인지 능력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아직 논쟁이 진행 중이지만, 반복 실험 결과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 경험상 이 연구들을 찾아볼수록 '새대가리'라는 표현이 얼마나 부정확한지 실감하게 됩니다.

 

Q. 문어는 뇌가 없는데 어떻게 똑똑할 수 있나요?

A. 문어는 뇌가 아예 없는 건 아니고, 약 5억 개의 신경세포 중 3분의 2가 뇌가 아닌 다리에 분산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중앙에서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 아니라 몸 전체가 분산 처리를 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인간의 뇌 구조와 단순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결론

침팬지, 돌고래, 까마귀, 문어를 비교하며 공부한 시간이 꽤 됐는데,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지능은 일직선 순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각 종이 자신의 서식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천만 년에 걸쳐 최적화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인간이 잘하는 항목만으로 줄을 세우면 그 평가는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그래서 저는 '인간 다음으로 똑똑한 동물'을 찾는 질문보다,

각 동물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학습하는지를 들여다보는 시각이 더 가치 있다고 봅니다.

침팬지의 사회적 학습, 돌고래의 자기 인식, 까마귀의 미래 계획, 문어의 분산 처리 방식 — 이 네 가지만 봐도

지능의 형태가 얼마나 다양한지 실감하게 됩니다. 관심이 생겼다면,

각 동물의 인지 실험 원문 논문을 찾아보는 것을 권합니다.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실험 설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msn.com/ko-kr/money/일반/지구에서-인간-다음으로-영리한-동물은/ar-AA258BHU